소중한 일상

말도 안되는 것들을 버티는 사람들

직진하는후니 2022. 5. 16. 21:42

5월24일 새벽12시 동대문

 

옷을 도매하는 곳이라는 정도의 상식은 있었으나 그 현장을 눈앞에서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하게 됨. 저녁부터 시작되어 새벽까지 이어지는 사람들에게 12시는 일과 중 아직 절반이 채 지나지 않은 오전시간. 1평 남짓한 곳에서 옷을 싸고있는 사람들 장부를 적고있는 사람들 사입삼촌 물건떼러 온 쇼핑몰사람들 남녀 노소

 

웅크리고 앉아서 물건을 싸고 자신의 덩치보다 훨씬 무거운 짐들을 양어깨에 짊어지고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 사람들 오토바이를 타고 물건을 배달하는 사람들

 

의류 판매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생계를 이어가고 있으며 젊음, 건강 모두를 바쳐서 힘든것들을 마다하지 않고 끝없이 이어지는 장면들을 보니 이는 말그대로 전쟁터와 다를바가 없는 광경 피튀기는 치열한 삶의 현장이구나

 

뒤쳐지지 않으려면 아파서도 안되고 타인에게 얕보여서도 안되고 실수해서도 안되고 편하게 쉬어서도 안되고 그저 하루에 들어오는 주문들을 쳐내는 데에만 인지력을 쓸 수 있으며 잠깐의 여유까지 사치라고 느껴지는 이곳.

 

그동안 내가 얼마나 좋은 환경에서 일을 하고 있었으며, 또 그 안락하고 편안한 공간들이 얼마나 나를 나태하게 만들고 있었는지 뼈져리게 깨닫을 수 있었다.

 

살기위해 또는 잘되기 위해 말도 안되는 것들을 버텨내고 있는 사람들

 

헌데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아서 무엇을 인내하고 버텨내고 있을까

 

내업무 공간이 전쟁터였던적이 있었나

 

고수익을 인증하는 누군가를 보면 자극을 받아 나도 열심히 해야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이는 일시적인 자극에 불과하고 약빨이 떨어지면 이내 나태해진 내모습으로 돌아오기를 무한반복

 

치열한 환경속에 있다는 인지를 매일매일 하게되면 자극이 지속되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스스로 인식과 생각을 바꾸어 이곳 역시 전쟁터라는 것을 매순간 느끼며 힘든것들을 마다하지 않고 버텨내야 한다.

 

나태해지면 다시오자